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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0~40대가 공감하는 일본 가족영화

by surp0307 2025. 4. 8.

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

30~40대는 누구나 인생의 중간지점에 서게 되는 시기입니다. 자녀를 돌보는 부모의 역할을 하면서도, 동시에 부모님의 노년을 지켜보는 이중적 위치에 놓입니다. 이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‘가족’이라는 단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, 이전에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하나씩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.

일본 가족영화는 그 미묘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.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, 야마다 요지와 같은 감독들은 일상의 틈 사이에 있는 감정의 파편을 조용하고 절제된 언어로 그려냅니다. 그 감정은 말보다 침묵이 많고, 오열보다 미소에 가깝지만,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깊이 가슴에 남습니다.

이번 글에서는 30~40대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투영할 수 있는 일본 가족영화 세 편을 중심으로, 부모가 된 시점에서 다시 돌아보는 가족, 아이의 입장에서 느끼는 상실, 자식으로서의 후회와 성장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.

1.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(2013) – 혈연보다 함께한 시간

『그렇게 아버지가 된다』는 출생 병원에서 아기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. 주인공인 료타는 성공한 엘리트이자 완벽주의자입니다. 그는 ‘좋은 아버지’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지만, 자신이 키운 아이가 ‘자신의 아들이 아니었다’는 사실 앞에서 큰 혼란을 겪습니다.

30~40대의 부모라면 이 상황을 더욱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. “나는 어떤 아버지인가?”, “내가 아이에게 주고 있는 것은 사랑인가, 기준인가?”라는 질문이 마음속을 치고 들어옵니다. 이 영화는 그런 내면의 물음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, 현실적인 갈등과 심리의 흔들림을 아주 섬세하게 포착합니다.

특히 고레에다 감독은 도쿄라는 공간을 통해 도시의 고립감, 가족 간 거리, 감정 표현의 억제를 묘사합니다. 료타가 진짜 아들과 처음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장면, 함께 나무를 심는 장면은 부성애가 유전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감정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.

2. 아무도 모른다 (2004) – 세상과 단절된 아이들, 그들을 외면한 어른들

『아무도 모른다』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, 어머니에게 버려진 채 살아가는 네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. 장남 아키라는 어린 나이에 동생들을 책임지며, 사회와의 단절 속에서 홀로 어른이 되어갑니다.

10대에 이 영화를 봤다면 단순히 ‘불쌍한 아이들’로 보였을 수 있지만, 30~40대에 다시 보면 부모가 된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받아들이게 됩니다. “왜 그 어른은 그 아이를 외면했을까?”, “나는 아이에게 어떤 어른으로 남고 있을까?”

영화는 극적인 사건이나 감정의 폭발 없이 진행됩니다. 카메라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낮게 위치하며, 소리치지 않고 담담하게 흘러갑니다. 그 침묵과 고요함 속에 더 큰 절망과 외로움이 담겨 있으며, 그것은 어른이 된 지금의 우리에게 더 큰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합니다.

아키라가 동생과 함께 보는 마지막 야경, 자판기에서 사탕 하나를 나누는 장면은 슬픔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. 그것은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만든 작은 세계였고, 어른들이 놓쳐버린 가족의 조각입니다.

3. 도쿄 가족 (2013) – 늙어가는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나이

『도쿄 가족』은 오즈 야스지로의 『도쿄 이야기』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,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정적이고 서정적인 시선으로 풀어냅니다. 시골에서 도쿄로 온 부모,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를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자식들. 그 사이의 어색함과 미안함, 후회는 30~40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.

부모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, 비로소 우리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. 그리고 ‘그땐 왜 그렇게 말했을까’, ‘좀 더 자주 전화할걸’ 같은 후회가 삶의 무게로 돌아옵니다. 이 영화는 일상이 곧 이야기이며, 삶의 진심은 말이 아니라 태도에 담겨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.

야마다 요지 감독은 오즈 특유의 ‘정면 쇼트’와 ‘정적 구도’를 계승하면서, 도쿄라는 공간이 가진 바쁨과 무심함을 대비적으로 보여줍니다. 특히 부모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, 자식들이 남겨진 한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시선은 죽음을 통해 비로소 관계를 돌아보게 되는 인간의 아이러니를 담아냅니다.

결론: 인생의 중간에서 다시 만나는 가족

30~40대는 과거와 미래, 부모와 자식 사이의 경계에 선 세대입니다. 이제는 아이의 손을 잡아야 하고, 부모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됩니다.

『그렇게 아버지가 된다』는 부모로서의 불안과 회복을, 『아무도 모른다』는 외면받은 가족과 그 대가를, 『도쿄 가족』은 늦은 이해와 조용한 용서를 이야기합니다.

이 영화들을 통해 우리는 ‘가족이란 무엇인가’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. 가족은 꼭 완벽하지 않아도 되며, 중요한 것은 서로의 삶 속에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는 일임을 알려줍니다.

지금 당신이 30대 또는 40대라면, 이 영화 속 장면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연기가 아니라 당신의 삶 한복판에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입니다.